국내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의 인용지수를 처음 분석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논문인용지수가 발표되자 서울대의 한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양으로만 평가하던 교수 평가 구조가 질 중심으로 바뀌리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서울 시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그동안 대학이 교수에게 무리하게 많은 논문을 요구했는데 인용지수를 알면 절대량보다는 질 높은 논문을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5편의 논문보다는 많은 학자가 참고하는 1편을 더 높게 평가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교수들의 예상과 달리 일부 대학은 양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교수 승진·재임용 심사 등에서 논문의 질도 함께 평가할 것”이라면서도 “논문 요구량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사 등에서 실시하는 국내 대학평가 지표에서 논문의 양을 비중이 높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마다 대학 줄세우기에 불만이 많지만 순위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학평가에 논문의 양이 반영되는 한 교수에게 논문을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모 언론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는 연구실적 부문에서 교수 1인당 논문 발표 수에 많은 점수를 배분한다. 당해연도에 게재된 국내 논문에는 15점, 해외 논문에는 20점을 반영하는 식이다. 반면 이공계 교수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인용지수는 5점을 반영한다.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4%다.
이와 달리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는 전체 점수의 20%를 교수 논문 인용지수에 배분했다. 논문 수를 반영하는 지표는 없다.
KCI 인용지수를 분석하면서 취재팀은 인용지수가 높다고 질 높은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고민을 계속했다. 결론은 “단순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용지수의 공개를 통해 평가의 사각지대로 남은 국내 학계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교수와 대학은 KCI 인용지수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대학은 논문의 질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 변화해야 할 것은 논문 쏟아내기 경쟁을 부추긴 대학평가다. 숫자 위주의 평가 방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래서 순위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고치지 않는다면 대학의 발전과 논문 수준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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